그래도 내가 글로벌 IT업체에 9년 째 근무하는 관계로 이런 기사 제목에는 눈길이 간다. 내용인즉슨,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 놓고 실제 제대로 R&D 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얘기 꺼낼 때부터 MS나 구글 본사는 한국에 R&D 센터를 세우고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어찌보면 쇼 (Show) 인데, 그들의 한국 시장 전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언제나 겉으로는 한국의 발전된 IT시장, 높은 인터넷과 휴대폰 보급률을 얘기하면서 잘 해 줄 것 같이 얘기하지만, 시장에서 얻어갈 수 있는 돈($$) 이 다른 시장에 비해 월등히 낮고 게다가 한국 개발자는 실력은 좋으나 영어가 꽝이라 그 회사들에게 크게 가치가 없다. 그래서, 인도 R&D 센터만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IT, 인터넷은 앞서가는 것은 사실인데, 성공사례를 해외에서 베끼기만 했지 정작 우리에게 득이 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원문]
글로벌 IT 업체 R&D 센터는 '개점휴업'?

이정일 jaylee@newsva.co.kr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당초 국내에 R&D센터를 설립하면서 야심찬 청사진을 밝혔지만 대부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R&D센터를 설립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조직 구성 조차 마치지 못했으며, MS도 연구개발 보다는 협력센터 기능에 그치는 등 R&D센터의 본래 취지를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코리아(대표 이원진)는 지난해 10월 한국R&D센터를 설립하면서 "향후 2년간 1000만 달러를 투입할 것이며, 인터넷 검색ㆍ자동번역ㆍ광고 등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한국에서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를 글로벌화 할 것"이라며 거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구글코리아측은 "한국내 검색, 유무선 통신, 프로그램 개발자 100여 명과 개별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 당장이라도 대규모 스카웃이 진행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글코리아 R&D센터는 몇 명의 개발자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코리아의 김경숙 홍보책임자는 "R&D센터의 조직과 업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본사 방침"이라며 이같은 지적을 비껴갔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은 공개할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도 얼마 전 세미나에서 R&D센터 연구원 채용 계획에 관한 질문에 대해 "좋은 사람을 계속 선발하고 있으며, 날짜를 못 박지 않고 개발자를 충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언급, 인적 구성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 대표가 '날짜를 못 박지 않았다'고 언급한 대목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 소식통은 "이는 구글R&D센터가 구체적인 로드맵 조차 갖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지난해 가을 R&D센터 설립 당시의 의욕적인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지나치게 느긋해 오히려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구글코리아는 현재 직원이 70여명으로 최근 1년 새 3배 이상 늘었지만 R&D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손꼽을 정도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의 인재정책은 엘리트주의로 매우 까다로와 조직 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R&D센터가 문만 열어놓은 채 시간을 허비하며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MS(대표 유재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MS는 마이크로소프트 이노베이션 센터(MSIC) 밑에 모바일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모바일 이노베이션 랩'(2005년 3월), IT 벤처의 기술을 지원하는 'ISV 임파워먼트 랩'(2006년 9월), ETRI와 협력해 온라인 게임 기술을 지원하는 '온라인 게임 이노베이션 랩'(2007년 4월), ETRI와 협력해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 '인포메이션시큐리티 랩'(2007년 5월)을 각각 개설했다.
 
하지만 이들 랩에 소속된 직원은 겨우 5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중국에 설립된 R&D센터가 800여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MS의 핵심 기술을 개발해가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MS측은 "MSIC는 R&D센터라기 보다는 국내 IT 벤처나 엔지니어들을 지원하는 기구"라며 애써 MSIC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의 R&D센터가 헛도는 것은 근본적으로 개발연구에 대한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싸이버대학교 곽동수 교수는 "R&D센터를 열어놓고도 좋은 인력들을 채용하지 않는 것은 한국에 투자할 뜻이 없다는 것 아니겠냐"며 R&D센터를 기업의 이미지 개선용으로만 활용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곽 교수는 "구체적인 로드맵없이 일단 R&D센터부터 유치하고 보자는 정부측 태도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면서 "R&D센터를 통해 외국계 회사와 정부는 '윈윈' 했을지 모르지만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별다른 혜택을 입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몇년 전 R&D센터를 개설했지만 작년에 자사 개발센터로 전환한 한국HP의 한 임원은 "국내에 설립되는 글로벌 R&D는 기술 개발에 대한 소유권 문제 등으로 정부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면서 "R&D센터가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